호빵삼촌

"꽃샘바람" 시인 한미성

호빵삼촌 2012. 12. 24. 18:09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꽃샘바람 1

 

검은 잎 사이로 연두 순을 보았나요

네, 진달래도 보았어요

개나리도 있더군요

시장 갔다 골목길을 막 빠져 돌아 나오는데

아 글쎄, 고 년들이 동산 숲에 다 모여

깔깔대고 있쟎아요

사내놈 몇 놈은 족히 호릴 것 같더군요

동네 놈들이 다 퍼들 바람둥이가 되어

연일 날씨가 이 모양이라니까.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 꽃샘바람 2

 

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 있었구나

잡았다 놓았더니 잔들잔들 일어서는 놈

숫처녀 젖꼭지 만지고

허파에 바람이 들어 숨길이 바빠

살짝살짝 건드렸지

몰래 몰래 만졌지

팽팽이 일어서는 꼴이

아무래도 고년들 일 저지르겠네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 꽃샘바람 3

 

고 못된 바람이 그랬을거야

시건방진 바람이 그 어린 진달래를 꼬드겼을 거야

인적 없는 호젓한 산길로 꼬여내

살금 살금 만졌을 거야

철없는 진달래

속옷 한 장 걸치지 않고 나긋나긋 웃으며

맵고 시게 건드릴 때마다 수줍어 하더니

고 어린 것이 바람 시키는 대로

애처로운 입술로 저렇게 흔들어대다니

진달래 고년도 여간 화냥기 있는

게 아니었어.

 -한미성 시인-